1. 서 론
고온의 건식 제련 공정 및 유리 생산 공정에서 용융 산화물 중 산소 포텐셜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금속 및 유리의 품질과 특성을 제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산소 포텐셜은 슬래그 및 유리 용융물 내 다양한 원소들의 산화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용융 산화물의 점도, 전기적 특성, 가시광선 흡수 등 주요 물성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산화 및 환원 반응이 활발히 일어나는 고온 환경에서는 이러한 산소 포텐셜의 제어는 매우 중요하며, 고온 건식 제련 및 유리 생산 공정에서는 산소 포텐셜을 실시간으로 제어함으로써 제품의 균일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1,2).
이러한 산소 포텐셜의 제어는 전이 금속(transition metals)이 포함된 용융 산화물에서 더욱 중요하다. 철(Fe), 크롬(Cr), 망간(Mn) 등과 같은 전이 금속들은 일반적으로 둘 이상의 산화 상태를 가질 수 있으며, 이들의 산화 상태 분포는 용융물의 산소 포텐셜에 의해 결정된다3). 예를 들어, 철 이온은 Fe2+와 Fe3+의 2가와 3가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광학적 흡수 특성을 보이므로 산소 포텐셜의 변화는 유리의 색상 및 투명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전이 금속의 산화-환원 평형은 아래와 같은 일반 반응식으로 표현된다.
전이 금속이 존재하는 슬래그 및 유리에서는 산소 포텐셜이 단순한 공정 변수 그 이상으로 작용하며, 전체 반응 평형 및 물성 제어의 핵심 매개변수로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유리 생산 공정을 포함한 고온의 건식 공정에서 산소 센서 기술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요소이다.
건식 제련 공정 및 유리 생산 공정에 있어서 용융 산화물에 대한 열물성의 이해는 공정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고온의 용융 산화물계에 대한 점성은 회전형 점도계를 이용하여 분석되며, 이때 고온에서의 분석 중 조성 변화를 막기 위하여 내열성 및 내침식성이 있는 금속 재질의 도가니와 회전자를 이용한다. 특히 1773 K 수준의 고온 실험으로 인한 산화 반응을 억제하기 위하여 용융 산화물계의 점도 실험에서는 백금(Pt) 또는 백금-로듐(Pt-Rh)의 귀금속 도가니와 회전자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러한 금속 도가니를 사용함으로써 샘플의 오염없이 고온의 용융체에 대한 점도 측정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건식 제련 공정은 용융 금속이 존재하는 환경이며 고상의 백금과 액상 금속간의 반응으로 인하여 용융 금속의 존재하에서는 측정이 불가능한 단점도 존재한다. 즉 건식 제련 공정의 경우, 금속과 산화물이 공존하는 반응 평형을 통하여 산소 포텐셜이 제어되나 점성 측정에서는 이러한 용융 금속이 배제되어 산소 포텐셜이 제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점도가 측정되는 한계가 있다. Mills은 산소 포텐셜이 슬래그 구조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며, 이러한 구조 변화에 의하여 점성, 전기 전도도, 열전도도 등의 슬래그 열물성이 크게 변화함을 보고하였다4). 따라서 산소 포텐셜이 제어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열물성 연구에서는 산소 포텐셜을 별도로 측정하여 그 상관 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일반적인 유리 생산 공정은 공정 중 용융 금속이 존재하지 않으며, 산소 포텐셜은 용존 산소 및 용융 산화물 중 산소 이온의 활동도에 의하여 결정되므로 이러한 금속 재질의 도가니와 회전자를 사용하더라도 측정 물성이 실제 공정과 큰 차이가 존재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건식 제련 공정에서 활용되는 슬래그의 점성 분석은 이러한 산소 포텐셜에 대한 제어 및 확인 없이 이루어져 왔으며, 특히 전이 금속이 다량 존재하는 비철 금속에 대한 건식 제련 공정의 경우 산소 포텐셜의 역할이 중요한만큼 이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 사료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일메나이트 정광으로부터 TiO2를 농축하는 TiO2 슬래그 프로세스와 관련한 슬래그 점성 측정 과정에서 산소 포텐셜을 측정하고, 플럭스 첨가에 따른 산소 포텐셜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용융 산화물인 슬래그의 산소 포텐셜 측정을 통하여 전이 금속의 상태 변화를 열역학적으로 계산하고, 이러한 전이 금속의 상태 변화와 산소 포텐셜의 변화가 점성과 슬래그 구조 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찰하였다.
2. 실험 방법
용융 산화물의 산소 포텐셜은 용융 산화물에서 기전력(Electromotive Force; EMF) 측정을 통하여 진행되었다. 시약급의 Iron(II) titanate(FeTiO3)에 TiO2를 첨가하여 FeO, TiO2의 몰비율이 4:6이 되도록 슬래그 조성을 준비하였다. 여기에 플럭스 효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B2O3의 조성을 3, 6, 9 mol%가 되도록 각각 혼합하였다. 총 80 g으로 준비된 시료는 마노 사발에서 15분간 잘 혼합하여 균질하게 만들고, Pt-10wt%Rh(내경 40 mm, 외경 41 mm, 높이 65 mm) 도가니에 옮겨 담았다. 도가니는 MoSi2의 발열체와 B 타입의 열전대를 사용하여 1823 K으로 온도가 유지되는 수직형 전기 저항로 장입되어 분당 500 ml로 99.9999%의 초고순도 Ar을 공급하며 불활성 분위기 하에서 1시간 동안 샘플을 완전 용융하였다.
용융이 이루어진 뒤에는 산소 센서와 백금선으로 이루어진 기전력 측정 장치를 고온의 용융 산화물 중에 침지시켰으며, 침지와 동시에 디지털 멀티미터를 이용하여 1 초 단위로 전압을 측정하여 데이터를 저장하였다. Fig. 1은 본 실험에서 이용한 기전력 측정 장치를 포함한 개략적인 실험 장치도를 나타내었다.
3. 결과 및 고찰
3.1. B2O3 플럭스 첨가에 따른 산소 포텐셜의 변화
본 연구에서 사용한 기전력 측정 장치는 다음의 식을 통하여 설명될 수 있다.
위 식의 좌측부터 백금의 레퍼런스 전극을 의미하며, 고정된 온도에서 Cr과 Cr2O3와의 반응을 통하여 산소 분압은 일정하게 유지된다. 레퍼런스 전극의 Cr 및 Cr2O3는 MgO로 안정화된 ZrO2 셀을 통하여 용융 산화물과 분리되며, 용융 산화물 중 산소 포텐셜과 레퍼런스 전극 내의 산소 포텐셜 차이로 인하여 기전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기전력은 아래 식 (3)을 통하여 표현될 수 있다5).
여기서 E는 기전력(V), R은 기체상수(8.3144 J/mol K), T는 절대 온도, F는 패러데이 상수(94,687 coulombs/mol), PO2(ref)는 레퍼런스 전극의 산소 분압, PO2(melt)는 용융 산화물 중의 산소 포텐셜을 의미하며 Pθ는 고체 이온 전도체의 전자 전도도와 관련된 매개변수이다. MgO로 안정화된 ZrO2의 경우 Pθ는 아래 반응식 (4)를 통하여 온도에 따라 계산될 수 있다6,7).
레퍼런스 전극내에 Cr과 Cr2O3는 다음의 식 (5)를 통하여 산소에 대한 평형 반응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위의 식 (5)의 표준 깁스 자유 에너지는 평형 상수와의 관계식으로 표현될 수 있으며, 이는 온도에 대한 함수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8).
식 (6)에서 ZrO2 고체 전해질 내의 Cr과 Cr2O3는 모두 순수한 물질로 존재하며, 이때의 활동도는 모두 1로 볼 수 있으므로, 주어진 실험 온도에서 레퍼런스 전극의 산소 분압은 결정되게 된다.
기전력 측정 장치를 용융 산화물에 침지시킬 경우, Fig. 2에서와 같이 시간 변화에 따른 전압 변화를 측정할 수 있다. 침지와 동시에 레퍼런스 전극이 가열되며 식 (5)의 반응을 통하여 산소 분압이 결정되게 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전력값은 변화하게되며, 식 (5)의 반응이 평형상태에 이르게 되면, 레퍼런스 전극과 용융 산화물계간의 산소 포텐셜 차이에 의하여 기전력이 일정한 값으로 측정되게 된다. 이후 MgO로 안정화된 ZrO2 고체 전해질이 용융 산화물과의 반응에 의하여 파괴되고 전압값은 감소하는 형태로 관찰되었다. 전압이 일정하게 관찰된 영역에 대하여 측정된 전압을 시간에 따라 산술 평균하여 기전력(E)을 도출하고, 최종적으로 식 (3), (4), (6)을 통하여 용융 산화물의 산소 포텐셜을 계산하였다. 식 (3), 식 (4), (6)을 용융 산화물내의 산소 포텐셜에 대한 식으로 정리하여 식 (7)에 나타내었다.
Fig. 3에는 측정된 기전력 값과 식 (7)을 이용하여 용융 산화물 중의 산소 포텐셜을 계산하여 나타내었다. 산소 분압은 실험 조성 영역에서 모두 약 10–11 atm 수준으로 계산되었으며, 상용 로그값으로 나타내어 나타낼 경우 Fig. 3에서와 같이 –10.9에서 –10.5 사이의 값으로 계산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FeO-TiO2 2원계에 B2O3가 첨가됨에 따라 초기 첨가에서는 산소 포텐셜을 소폭 감소시키나, 지속적인 B2O3의 첨가는 용융 산화물 내의 산소 포텐셜의 증가를 야기함을 확인할 수 있다.
3.2. 산소 포텐셜 변화에 따른 슬래그 조성 및 점성에의 영향
용융 산화물 내에서 전이 금속들의 산화/환원 상태는 용융 산화물의 산소 포텐셜을 통하여 결정된다. 전이 금속인 Fe와 Ti는 산화 상태에 따라서 여러 산화물 형태를 갖게 되며, 아래 반응식을 평형 상수와 표준 깁스 자유 에너지에 대하여 표현할 경우, 주어진 온도와 측정된 산소 포텐셜 값을 이용하여 용융 산화물 내 각 산화물의 활동도를 계산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건식 제련 연구에서 슬래그의 열물성 평가는 이러한 산소 분압에 대한 평가없이 진행되어 전이 금속의 산화 형태를 확인하지 못 하였고, 따라서 전이 금속의 산화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슬래그 구조에의 영향을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였다. 특히 Fe나 Ti의 경우 산화 형태에 따라 슬래그 구조를 해리하거나 망목 구조를 형성하는 등 구조 관점에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실험계에서의 Fe 및 Ti의 산화 형태를 이해하는 것은 슬래그 구조를 이해하는데도 매우 중요하다9).
측정된 산소 포텐셜 값과 상용 열역학 계산 소프트웨어인 FactSage 8.2를 이용하여 FeO-TiO2-B2O3 계의 평형 상태에 대한 열역학 계산을 진행하였다. 앞서 측정된 산소 포텐셜을 평형 산소 분압이라고 가정하고, 계산 과정에서 기상의 산소 활동도를 고정한 상태에서 열역학 계산을 진행하였다. 산소 분압에 따라 1823 K의 용융 FeO-TiO2-B2O3 계에서의 전이 금속 존재 상태를 확인하고 다양한 산화 상태를 갖는 Fe와 Ti의 활동도를 계산하여 아래 Fig. 4에 나타내었다. 또한 용융 슬래그의 조성을 Table 1에 나타내었다.
Fig. 4에서와 같이 B2O3 첨가에 따라 용융 산화물 중의 TiO2 및 Ti2O3의 활동도는 감소하며, FeO 및 B2O3의 활동도는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고온 슬래그에서 Fe3+의 불안정성으로 인하여 Fe2O3는 매우 미량 존재하며, 활동도 또한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계산되었다. FeO와 TiO2의 혼합 비율이 모두 4:6으로 동일하였으나, B2O3 첨가에 따라 용융 산화물 중의 산소 포텐셜이 변화하며 이러한 산소 포텐셜의 변화로 인하여 전이 금속의 산화 상태가 변화하여 최종적으로 용융 산화물의 조성 및 활동도까지 변화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이 금속이 존재하는 경우 고온 용융 상태의 조성 확인을 위해서는 산소 포텐셜의 분석이 이루어져야함을 시사한다.
Table 1
Slag composition calculated from the oxygen partial pressure measured in the FeO-TiO2-B2O3 system at 1823 K
Fig. 5는 본 실험과 동일한 조성 및 온도에서 측정된 점성 결과값을 나타내었다. Kim 등은 FeO-TiO2 조성계에서 B2O3 첨가에 따라서 용융 산화물의 점성이 감소함을 확인하였다10). 또한 분자 동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한 용융 산화물의 구조 분석으로 B2O3의 첨가는 TiO6 팔면체 네트워크 구조를 증가시키나 그 연결 상태를 모서리 연결에서 꼭지점 연결로 변화시킴으로서 전체적으로 구조적 결합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FeO-TiO2 조성에서 B2O3는 다른 붕규산 유리에서와 마찬가지로 4면체의 네트워크 구조를 형성하나, B2O3의 지속적인 첨가는 이러한 4면체의 네트워크 구조를 해리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구조 분석 결과와 이번 산소 포텐셜 측정을 통하여 계산된 산화물들의 활동도 계산 결과를 비교하여 판단할 경우, TiO2와 Ti2O3의 활동도 감소는 TiO6 팔면체의 네트워크 구조 형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네트워크 구조의 형태가 B2O3 첨가에 따라서 약한 결합 형태로 변화하나 전체적인 결합량은 증가하며, 안정적인 네트워크 구조 형성으로 인하여 Ti 산화물들의 활동도는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B2O3의 경우, B2O3의 첨가에 따라 4면체 구조가 해리되며, 이러한 구조적 해리는 B2O3의 활동도 증가로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용융 산화물의 열물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 용융 산화물의 구조 변화는 그 구조를 형성하는 다양한 산화물들의 열역학 값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전이 금속을 포함하는 건식 제련 및 유리 공정의 조성계에서 열물성을 분석하는 경우, 전이 금속의 산화 형태를 결정 짓는 산소 포텐셜의 이해가 중요하며 이를 이용한 전이 금속들의 형태와 활동도 계산은 용융 산화물계 전반을 이해하는데 필수적인 기초 데이터임을 확인할 수 있다.
4. 결 론
본 연구에서는 고온 용융 산화물 시스템에서 산소 포텐셜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TiO2 슬래그에 B2O3 플럭스를 첨가했을 때의 산소 포텐셜 변화와 이로 인한 전이 금속의 산화 상태 및 슬래그 물성 변화를 심도 있게 고찰하였다. 기전력(EMF) 측정을 통해 용융 산화물 내의 산소 포텐셜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었으며, B2O3 첨가량이 증가함에 따라 산소 포텐셜이 변화함을 확인했다. 특히, B2O3 첨가는 용융 산화물의 산소 포텐셜을 소폭 감소시키나 지속적인 첨가는 산소 포텐셜을 증가시키는 경향을 보였다. 측정된 산소 포텐셜 값을 기반으로 상용 열역학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전이 금속(Fe, Ti) 산화물들의 활동도를 계산한 결과, B2O3 첨가에 따라 FeO, TiO2, Ti2O3의 활동도가 변화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플럭스 첨가는 산소 포텐셜의 변화를 야기하여 전이 금속의 산화 상태를 결정하고, 나아가 용융 산화물 전체의 조성 및 열역학적 거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산소 포텐셜 변화에 따른 산화물 활동도 변화가 슬래그의 점성 및 구조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B2O3 첨가에 따른 TiO2 및 Ti2O3의 활동도 감소는 TiO6 팔면체 네트워크 구조의 형성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용융 산화물의 전반적인 구조적 안정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B2O3의 활동도 증가는 4면체 네트워크 구조의 해리와 연관되며, 이는 점성 감소로 나타난다. 이처럼 용융 산화물의 물성은 단일 조성 변화뿐만 아니라 산소 포텐셜에 의해 결정되는 전이 금속의 산화 상태 및 이들의 활동도 변화에 의해 크게 영향받음을 확인하였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전이 금속을 포함하는 고온 용융 산화물 시스템에서 산소 포텐셜 측정 및 이를 통한 전이 금속 산화물의 활동도 분석이 용융 산화물계의 구조와 열물성을 이해하는 중요한 접근 방식임을 확인하였다.







